동명아동복지센터가 위치한 인근 신림역에서 진*성과 유*우 학생을 만났습니다. 너무 오랜만이기도 하고, 남자들의 만남인지라 다시 수월하게 소통하는 것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이들의 사춘기 시기가 다가와, 저의 흑역사가 생각이 나면서도 대하기 조심스러워졌습니다. 특히 진*성 학생은 친구들과 많이 교류하면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생각이 많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이였을 때, 처음 겨울에 해산물을 먹어보고 굉장히(좋은 쪽) 충격을 받았습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먹었던 그 때의 기억과 공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린 시절 쌓아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지성과 교양도 있겠지만,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경험 중에 하나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음식을 접해보며 내 취향의 저변을 넓혀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진*성 학생이 좋은 취미이자, 취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저번 3분기 만남에서 저는 은연 중 해산물을 좋아하는 지, 먹어보고 싶은지 등등을 물어봤었습니다. 두 친구 모두 좋아하고, 먹고 싶다는 얘기를 해주어 21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의 만남을 기약하며, 예약을 해놓았습니다.
4시에 센터 인근에서 만나,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함께 이동하였고 아이들이 성탄절 분위기를 즐겼으면 해 트리가 꾸며져 있는 카페를 찾아서 잠시 구경을 했습니다. 진*성 학생은 크리스마스에 학교가 쉬기 때문에 더욱 더 좋다고 했습니다 ㅎㅎㅎ. 이후 미리 예약해둔 횟감(겨울 대방어)을 받고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면, 다른 해산물도 경험해볼 수 있게 준비해놓았고 먼저 회부터 먹어보도록 했습니다. 진*성 학생은 해산물을 먹어본 경험 자체가 적어서, 날 것에 대한 걱정을 했었는데 회는 입맛에 아주 잘 맞았다고 했습니다.
회를 너무 잘 먹어서, 더 먹어보고 싶은 것을 말해달라고 부탁하였더니, 옆 테이블에 있는 두 가지를 먹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산낙지와 굴을 추가로 함께 먹었습니다. 진*성 학생은 굴은 하나도 먹지 않고(평소에도 굴이 들어간 음식을 잘 먹지 않음) 산낙지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특유의 식감이 생각보다 자신과 잘 맞는다고 해주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저는 저번에 함께 구입한 책에 대해 말해보자고 하였고, 진*성 학생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책을 샀었어서 관련된 질문을 했습니다. 제목을 보고, 동물들에 대한 일상적 소설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막상 읽어보니 한국의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는 상황들이 펼쳐져서 혼란스러우면서도, 흥미로웠다고 했습니다. 저는 진*성 학생이 동물농장을 대부분 이해하면서 읽었다는 사실에 뿌듯하면서도 놀라웠습니다. 다만 아직은 1984를 읽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하여, '청소년을 위한 천문학 여행'이라는 책을 추천했습니다. 같은 문과로서, 이과적인 측면에 대한 지식과 흥미를 잃어서는 안된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