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이와의 두 번째 시간을 가지며
정민이와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첫 발령 후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작스레 만남을 가졌던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나름대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만남을 가지리라 다짐을 했었다.
집으로 가서 고모님과 언니 그리고 동생 함께 시간을 가지려 하였으나, 아직까지 정민이 마음속에 우리를 받아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 같았다.
오후 한 시반 학교 수업을 끝마치고 여느 고등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긴 외투를 걸쳐 입고 사무실로 수줍은 듯한 몸 동작을 하면서 들어왔다. 토요일이라 업무를 끝마치고 기다리던 참. 새로 입사한 효선씨 소개를 시키고 나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 수줍음이 많은 사춘기 소녀이랄까?
시간이 시간인 만큼 너무 배가 고프다고 너스레를 떨 줄도 알았다. 마침 군고구마가 있어 하나씩 나눠 먹으면서 직원들 마감을 기다렸다. 장학금을 수여하고 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한 컷 찍는데도 상당히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식사를 위해 좋아하는 음식 또는 가보고 싶은 곳에 대해 물었더니 지난번엔 중국집, 이번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회사에서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식당으로 갔다.
우리들이야 가끔 이용을 하다 보니 자연스러웠는데 정민이는 아직까지 낯설게만 느껴지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여직원의 도움으로 주문을 했다.
요즘 정민이의 관심사는 사춘기 청소년과 마찬가지로 연애인에 대한 관심도가 상당했다. 사실 나야 연애인에 관심이 거의 Zero상태, 그러다 보니 사실 잘 안 통했다. 다행히도 함께 한 직원들이 센스 있게 잘 받아 줘 이야기들이 웃음꽃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이 지속 되었다.
특히 양주환씨의 순간순간 재치 있는 말과 행동으로 정민이도 많은 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내년이면 고3, 이번 겨울방학을 통해 학교가 이전을 한다고 한다. 통학거리가 좀 더 멀어져 한 시간 가량, 야간 자율학습 10시에 끝나고 집에 오면 11시가 넘을 것 같다는 예상이 정민이를 힘들게 하는 모양이다. 나름 고3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모양이다.
여러 직원들과 함께 시간을 하다 보니 속 깊은 이야기는 묻기 힘들다. 그냥 여러 직원들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정민이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 함께 하는 자리이다.
두 시간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모두 헤어졌다. 본격적인 정민이와 나만의 시간이 되었다.
지난번 이야기 했던 언니와 동생과의 관계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어려서부터 따로 떨어져 지내오다 보니 언니와 동생이 한 편, 그리고 정민이. 정민이는 언니와 동생간의 관계성을 회복하고 싶어하나 언니가 자꾸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가는 것 같다고 한다.
계속해서 삐딱하게 나가고 부모와 같은 고모님의 말씀도 계속 거스리며 속을 썩이는 것 같았다.
언제 따로 시간을 내어서 이야기를 해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맴돌고 있다.
고모님이 오랫동안 앓고 계신 관절염 때문에 정민이의 걱정이 많다. 결혼 실패 후 어린 조카들을 도맡아 키우시며, 본인의 삶을 포기하고 조카들을 자식 삼아 온 정성을 들이며 생을 살고 있는데 언니나 동생은 그런 고모가 못마땅한가 보다.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마음은 그렇지 않을 텐데. 정민이는 고마움을 몸소 표현을 한다고 한다. 정민이는 고모를 엄마라고 부른다. 언니와 동생은 그냥 고모라고 부른다. 엄마면 어떻고 고모면 어떻겠는가? 우리 3남매를 어려서부터 키워주시고 돌봐주시고 공부시켜 주신 부모님과도 똑 같은 존재인걸. 언제쯤 애들이 이런 고모의 맘을 알까?
이제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고교시절 마지막 겨울 방학이다. 부족한 부분 지금이라도 집중하여 보강을 하면 1년 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민이의 꿈은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다. 아마 자신의 삶이 진로를 결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돌보며 본인이 받았던 사랑을 되 돌리려는 맘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학은 서울로 진학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지금 성적으로는 힘들 수 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고1때보다는 성적이 약간 향상이 되었다고 한다. 꿈, 희망이 있는데 공부는 하기가 쉽지 않나 보다. 집중도 안되고 흥미가 떨어진다고 한다. 다른 장학생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정민이보다 가정환경도 더 어렵고 외로운 상황에서도 공부를 곧 잘 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해 줬을 때, 정민이는 잠깐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생각이 무엇일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대학이라는 것에 대해 아마 아마득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과분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정말 정말 원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생각이 든다.
어느 결정이든 정민이의 몫이고 내가 강요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자신 있게 조언을 할 수 있다. “꿈” 꿈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했다. 간단한 대답으대 잘 때 꾸는 걸로 대답을 한다. 그렇다 꿈은 잠을 잘 때 꾸는 것이다. 바램은 무엇인가? 질문을 했다. “내가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것” 이라 대답한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바램이자 희망이다. 꿈과 바램은 같은 것이다. 꿈은 잘 때 꾸는 것이 아니고 내가 간절히 바라고 원하는 것이다.
꿈을 이루려면 나의 간절한 바램과 희망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이루고자 하는 꿈을 위해 간절한 바램과 희망이 있었다. 이제는 마지막 단계인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제 이 노력을 할 최소한의 때이다. 물론 이 단계가 지나면 또 다른 단계가 있겠지만 현재 필요한 부분먼저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정민이의 답은 Yes 였다.
비록 내가 근사한 이야기와 좋은 예로 정민이를 케어해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좋은 멘토가 될 수 있었음 하는 바램이 있다.
어느덧 짧은 데이트가 끝났다. 지난번에도 그랬도 이번에도 그랬고 집에 가는 길에 나누는 이야기는 밝은 희망을 약속하는 통로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고마운 분들께 카드 한 장 보내는게 어떻겠냐 라는 제안에 정민이는 흔쾌히 승낙을 했다.
쉬는 토요일 아무 때나 놀러 오라는 내 당부와 다음에 언니랑 동생 함께 시간을 만들어 보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