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운 날 시간 약속을 잡고 인수네 집에 갔다. 가보니 세남매와 어머니까지 모두 다 있었다. 인수어머님은 손님(우리들)이 오셨다고 따뜻한 차를 대접하기 위해서 주방으로 가셨고 은혜(첫째)는 설거지를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왠일로 막내가 조용해 물으니 삐져있어서 조용한거라고 했다. 유난히 인수가 다른때 보다 조용해 물으니 지금 다이어트하는 중이라 성격이 날카로워 말이 없는 거라고 했다. 저번보다는 9킬로를 감량했다고 했다. 9킬로면 까칠할만 하여 우리는 조용히 방에 앉았다. 어머님이 따뜻한 물을 내오시고 모두 방에 두런두런 앉았다. 인수는 이번 기말고사를 다른때 보다 잘봤다고 했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었지만 그래도 만족할만큼 봤다고 하니 그나마 잘본것 같다. 은혜도 중학교 3학년으로 내년엔 고등학교에 입학한다고 했다. 그러나 학교는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요즘에도 내신으로 간다고 하여 물으니 다른때는 잘 못보다가 이번 기말 고사에 바짝 공부하여 성적을 올렸다고 했다. 하지만 전에 시험 본것 들이 별로 들이어서 내신이 별로 안좋아 인문계로 갈 것 같다고 했다. 예전엔 인문계가 더 쌨었던게 기억이나 물어보니 지금은 인문계보다 실업계가 더 성적이 좋아야 갈 수 있다고 했다. 세월 참 많이 바뀌었다는게 새삼 아이들이 일깨워 줬다. 막내는 '아라비안 나이트'라는 책을 끼고 있었다. 이제부터 볼꺼라고 앞장을 계속 쳐다 보고 있었다. 같이 대화하며 책도 보았다. (솔직히 책은 계속 끼고만 있었고 우리가 간 다음에 자세히 볼 것 같았다) 사진을 찍으려 핸드폰을 꺼내놓으니 아이들이 좋아하며 쎌카찍어도 되냐 물어 찍어도 된다고 했다. 그러니 역시 애들이어서 그런지 너도나도 셀카를 찍어대 내 핸드폰에는 지금 그 아이들이 찍은 사진 9장이 있다. 아이들이 밝아 즐겁게 대화를 하다보니 거의 한시간이 지나갔다. 너무 시간을 뺏는 것 같아 인사를 하고 우리는 인수네 집을 나왔다.